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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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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Harmonia Koreana>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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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춤의 유혹 - 탱고에서 살사까지 재미있는 춤 이야기 
  • 이용숙 (지은이) | 열대림 | 2010년 7월
  • 16,500원 → 14,850원 (10%할인), 마일리지 820
  • 세일즈포인트 : 64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2004년에 썼던 저자의 책 『춤에 빠져들다』를 『춤의 유혹』으로 바꾸고 화보를 보완해 『춤의 유혹』으로 개정한 책이 이 달의 추천도서가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최근 들어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춤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큰 관심 속에 책이 다시 읽힐 것이라는 데 있다. 둘째는 저자 역시 춤과는 멀었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문학과 음악학 공부를 한 분으로 어느 날 소설을 읽다가 그 안에 등장하는 춤 이야기가 재미있어 문화센터를 찾게 되었고, 그러면서 책까지 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춤의 유혹을 느끼고 있는 독자의 마음을 잘 안다. 현재 여러 가지 이유에서 춤에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실천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적 유형을 세심하게 분류해 놓은 것을 보면 누구든 ‘아! 나는 이 유형이다’ 라고 알게 될 것이다. 다양한 심리적, 현실적 벽 때문에 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우선 솔직하고 재미있게 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몸의 표현이 오늘날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가지게 되는 데는 사소한 전환점들도 많고 아주 큰 역사적 계기도 있다. 책에 풍부하게 담긴 소소한 이야기 거리는 우리를 춤과 더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아마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읽는 게 좋을 듯한 인터뷰 코너가 책의 세 번째 장점이다. 춤과 더불어 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생활에 바쁜 사람들이 제각각 무슨 이유에서 어떤 통로로 춤을 접하게 되었고, 춤을 통해 어떻게 생활의 활력을 찾았는지, 이 코너에서는 그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새로 춤에 다가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실질적 도움도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런데 ‘유혹’이라는 단어는 거기에 ‘폭’ 빠질 수 있다는 뜻과도 통한다. 저자는 생활에 지장이 될 만큼 춤에 빠지는 것에 대한 경계도 결코 잊지 않는 배려를 책에 담고 있다.
2.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외교학과를 나와 발전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어느 날 도자기에 빠져 도예가가 된 필자가 그동안 사랑했던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거기에 현대적 미감으로 민화를 다시 창조해내고 있는 작가 서공임의 작품 80여 점이 함께 우리를 매료시키는 책, 『민화에 홀리다』는 단연 이 달에 추천할만한 맛깔스러운 책이다. 필자 이기영의 글을 읽는 동안 그의 글이 매우 ‘민화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생동감과 풍부한 휴머니즘이 배어나온다. 이 책 53페이지, ‘새로운 종의 출현’이라는 장에 있는 서공임의 그림 도판을 보면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도판에는 김정희의 세한도에 나오는 소나무가 있고, 겸재 정선이 그린 소나무, 궁중양식의 소나무가 있다. 그리고 민화에 등장하는 소나무들이 그려져 있다.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미적 유형의 다양함이 참으로 흥미롭게 한 작품에 나열되었다. 이 책은 민화가 비록 당대의 기층문화로 홀대를 받아온 역사를 가졌지만 예술이라는 그릇 안에서 결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배우지 못해 자유로울 수 있었던 화풍, 데생이나 스케치의 격식과 화법은 못 배웠지만 재능이 그려내는 풍부한 일상의 색감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민화의 탄생과 19세기 우리네 삶에 깊이 들어와 있던 민화의 현장을 드러내기 위해 필자는 당대의 판소리 사설, 조선의 직업 화가들의 기록들이 담겨있는 문헌들, 그리고 소설 등의 텍스트를 다양하게 인용, 도입했다. 소설과 판소리 사설들이 민화의 현장이라는 측면에서 조망된 것이 흥미롭다. 17세기 이래 대대로 내려오던 화원 가문들과 19세기 말 그림공장을 차렸던 인물들, 18세기 강희언의 집 안에 차린 그림공방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김홍도와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 등이 그림을 그린 이야기 등도 이 책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 하나다. 이 책은 누구나 한 권 가지고 있으면 아주 좋을 책이다.
3.
여름에 어디 휴가라도 떠나게 되면 그 곳을 오래 전에 밟았던 우리 조상들의 발길을 문득 느낄 때가 있다. 길이 잘 든 문지방을 보거나, 깔끔하게 정성스레 쓸어 놓은 마당을 보거나. 넓은 마루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같은 자리에 앉아 지금의 나와 같은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을 옛 선인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차를 타고 광화문을 바라보며 지나다보면 왼쪽의 인왕산이 늘 감동인 것도 비슷한 연유에서이다. 정선이 그렸던 인왕산과 지금의 인왕산, 바로 그 산이 거기 여전히 그림 속에 있었던 그 산과 똑같은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 일반인도 이러한데 화가들이 땅을 밟고 풍경을 보면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예술성을 가미해 그려 놓은 한반도 곳곳의 비경도 있지만, 마치 실경을 보듯 그대로 그려 놓은 땅의 모습과 풍경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요즈음은 인공위성을 통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그대로 화면에 담아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호흡과 내음이 배어있는 땅의 모습을 담은 화폭은 역사와 인간을 깊이 느끼게 해준다. 미술사학자 이태호가 지은 이 책은 사진이 나오기 이전 먼 옛날부터 조선시대 후기와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을 그린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과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도 잘 만들었지만, 저자가 그 장소들을 일일이 다시 답사하여 사진을 찍고 그것들이 그림과 어떻게 다른가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공을 들였다. 문관 출신이 사생하여 남겨놓은 우리 땅의 모습도 정겹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외의 지도 그림들도 흥미롭다. 지도의 회화성에도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유럽의 옛 그림들을 보면 그들의 환경에서 나오는 색감이 그대로 실물과 함께 그림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그림이 우리의 환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4.
  • 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 전용복 (지은이) | 시공사 | 2010년 5월
  • 13,800원 → 12,420원 (10%할인), 마일리지 690
  • 9.3 (45) | 세일즈포인트 : 267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한국인 전용복”.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얼른 떠오르는 것은 옛날 어머니가 매일 알뜰하게 닦아 얹어 놓으시던, 길이 잘든 단아한 밥상이었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시절이 순간 행복으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용복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부산 피난시절 복천동 골목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는 너무나도 기가 막힌 한 편의 드라마였다.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저녁에 읽기 시작한 책을 덮고 잠에 들면서 빨리 일어나 마저 읽어야지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그의 흥미진진한 입담이 그대로 전달되는 이 책은 참으로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조선의 칠쟁이다”를 자랑스럽게 세계에 알리고, “목숨을 건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는 이 분은 2008년 9월 6일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칠 시계를 만들어 8억 4천만 원에 팔았고, 일본의 자존심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해낸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살아온 흔적을 읽으니 정말 목숨을 걸고 진정으로 일을 열심히 해냈다. 전용복이 있어서 나도 한국인이라는 데 다시 한번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어린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생존을 위해 해야 했던 많은 일들을 항상 자신을 더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았던 전용복은 그 자체로 훌륭한 근본을 가진 인간이다. 메구로가조엔은 1931년 메구로 지역에 건립된 대규모 연회장이다. 연건평 8천여 평에 객실을 200여 호 갖춰 바닥 길이만도 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연회장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모험>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4천 점에 이르는 당대의 미술작품들로 장식된 이 역사적인 건물에 일본으로 끌려와 작업을 해야 했던 한국의 장인들이 무수히 많았다. 전용복씨가 일본인의 큼지막한 이름 밑에 깨알만한 글씨로 남긴 무명의 조선 장인 이름을 본 순간, 이들을 살려내겠다고 결심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 땅에서 가꾸어온 삶의 흔적들은 이제 우리가 더 보물로 챙겨야겠다.
5.
1922년 뽈 엘르가 그린 마르셀 프루스트를 본 적이 있다. 임종 직후 침상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담겨있는 스케치를 보며 그렇게 여리고 화려한 감수성의 소유자가 비로소 편안하고 긴 잠을 잘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다 읽은 기억이 없다. 대강의 줄거리를 익힌 후, 7권의 각 권을 마치 그의 손을 잡고 걷듯이 들락날락했었다.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프루스트의 머릿속은 너무 많은 비유와 상상력으로 차있어서 어차피 그 비유와 서술을 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08년 에릭 카펠리스가 펴낸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형식 역으로 편찬되었다. 젊은 시절 이해 못했던 마르셀 프루스트를 뒤늦게 다시 만나는 계기를 이 책이 마련해 주었다. 프루스트가 보고 있던 주변과 그림들이 고스란히 아름답게 편집되어 너무나도 행복한 독서를 맛보게 해주었던 것이다. 2008년의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었는데 너무 잘 만들어서 책이 두껍고 비싸지는 바람에 추천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유예진이 펴낸 『프루스트의 화가들』은 프루스트를 처음 만나도 낯설지 않게 안내를 잘 하면서 프루스트의 소설 내용과 필연적 관계에 있는 그림들 역시 엄선해서 넣었다. 아름다운 5월에 걸맞는 책이다. 혹시 여력이 있으신 독자는 2008년의 책과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부분의 글귀가 문득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오직 행복감만이 육체에 이로운데, 영혼의 힘을 증대시키는 것은 고통이다.” 프루스트는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을 남긴 베토벤과 늙은 램브란트의 황폐한 얼굴과 그들의 예술이 전하는 행복의 아이러니가 삶이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6.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을 잡는 순간 꼭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리는 한 마디로 살아있다. 어차피 건축가는 어떤 형태의 건물을 짓는 사람인데,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지난 10여 년간 게리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낸 건축물의 화보와 설계과정 등이 알기 쉽게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의 3분의 2 이상은 편집자인 밀드레드 프리드먼이 게리를 직접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책 전체가 게리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함이 있고 쉽다. 게리의 건축물들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순간의 리듬과 운동, 색감, 개안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팀 디즈니랜드 관리 빌딩의 경우, 찌그러진 곡선의 입구는 춤추는 노란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랑스러울 정도인 게리의 건물들은 그러나 그 형태와 질감, 재료, 공학적 계산에 이르기까지 오랜 과정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이다. 그의 파격적인 건축형태는 20세기의 미학적, 기술적 경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사각형을 뛰어넘어 건축물에 파격적인 곡선을 구사하는 한편, 상상을 초월하는 외장재를 사용해 건축계에 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건축물이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이유 있는 유형학적 형태를 넘어서는 그의 창의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게리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유를 꿈꾸는 물고기의 움직임,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에 나오는 마을과 방, 언덕과 하늘, 조토 그림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주름들, 바람을 안고 나아가면 아름다워지는 돛 등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건축물에 움직임과 느낌을 부여할 수 있을까’ 는 게리가 건축계의 초년병 시절부터 추구해 온 일생의 화두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일단 시작을 하고 다음은 코의 감각을 따른다’는 그의 말대로 그는 아직도 건축에 자유를 주기 위한 실험을 그치지 않고 있다.
7.
10대 이전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을 살펴보면 훗날 그의 작품세계를 빛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이미 다 들어 있다. 물론 다섯 살에 썼던 작품 같은 것들은 아직 악보 자체를 그릴 줄 몰라 아버지가 노래로 흥얼대는 모차르트의 선율을 받아 적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모차르트가 일찍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그대로 악보로 옮기면 작품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요즈음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다섯 살짜리들의 완벽한 음악들을 들어보면 이제 모차르트는 천재 축에도 낄 수 없는 시대가 왔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겨우 마차나 말로 인근 지역들을 여행할 수 있었던 1750년대 다섯 살인 모차르트가 자기가 직접 작곡한 피아노곡 미뉴에트를 가지고 잘츠부르크 대학교에서 데뷔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세간의 볼거리가 될만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한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못지않게 음악적 신동이었던 모차르트의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는 한 수 위 신동 볼프강이 뜨는 순간 빛을 잃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작은 모차르트에게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은 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가득하다. 이러한 이야기 거리가 두 개의 CD에 담긴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봄을 기다리며 음악도 듣고 18세기 주변을 산책하듯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어느덧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이 책의 장점은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편안하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적 음악책들이 아무래도 우선은 지식을 전하는 것을 우위에 놓게 마련인데, 이 책은 음악책은 음악을 들려주는 책이라는 입장이 돋보여 좋다. 그냥 CD를 두장 산다고 해도 책값을 훌쩍 넘을 것이니, 이 책을 그냥 한 권 구입하는 것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8.
요즘은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용감하게 너도 나도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 가벼운 감상문에서부터 아주 현학적이고 분석적인 글까지,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의 하나인 영화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이 하나 나왔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그만 다 읽어버렸다. 2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한 저자가 영상자료원 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뒤늦게 빠져든 한국영화의 고전들에 대해 쓴 책이어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가 입체적이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절히 다 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고전들은 1960년대에 많이 등장한다. 이 시기의 영화들은 하나 같이 진지하며 문학성 또한 강하다. 유현목, 신상옥, 김기영,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들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저자의 글은 마치 그 영화와 일치된 양, 그 시대의 삶과 배우의 삶, 그리고 감독의 생각과 주변을 영화에 투영해 써내려간다. 영화와 당대의 현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독자의 주의를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1990년대 충무로의 불량학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장선우 감독에 대한 장은 매우 독특한 조선희의 시각이 돋보인다. 그의 영화 <거짓말>이 18살짜리 여고생과 38살의 조각가의 연애이야기를 다루면서 원작자 장정일씨가 징역 10개월의 형을 받고 구속되었고 미성년섹스, 가학피학 등등의 사회문제를 일으켜 연일 신문지상의 토론을 불러일으킨 영화는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영화계를 조퇴하여 제주도에 사는 근황을 다루면서 그의 영화가 가지는 가치를 논하는 대목은 설득력이 있다. 30대에 세상을 뜬 하길종 감독의 고뇌도 조선희 글을 읽어보니 이해가 더 된다. 모든 우여곡절 끝에 돌아와 자신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듯 다룬 신상옥과 최은희 이야기 역시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감동이 있다. 저자에게 잘 읽었다는 인사라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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