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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안녕, 레나>와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 두 권의 소설집을 발표한 한지혜 작가의 첫 산문집. 가난의 기억이 선명한 유년기,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젊은 시절, 그리고 엄마이자 여성 작가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과 마주한 세상의 풍경들에 관해 담백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53편의 산문을 수록했다.
개천과 단칸방, 철거촌 등에서 기거하며 몇 번이고 들이닥쳤던 빚쟁이들을 견뎌내야만 했던 가난의 시절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된 후에도 삶의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작가는 가난, 절망과 어떻게든 싸워온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낙관과 비관 그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내밀한 이야기를 반듯하게 밀고 나간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이자 여성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 안에서의 고민과 자책과 열등을 가감 없이 고백하고, 작가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문단 내 성폭력, 미투, 저소득층 아이들의 아픈 현실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
언제나 실패에서 출발한 사람이며, 그 실패가 결국 자신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음을 담담하게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으로 섣불리 너를 안다고 하거나, 너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말하지 않는다. 삶으로 빚어진 글 자체가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된다. 이런 참 괜찮은 산문집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고,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