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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무용론'은 늘 잠복 상태다. 여경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으켰다고 오해받는 순간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등장한다. 사건의 맥락이나 오해를 풀 수 있는 간단한 진실에 대중은 관심 없어 보인다. 여경무용론이 일단 머리를 들었다 하면 그때부터는 잔혹한 모욕이 놀이처럼 이어진다. 여경이 필요 없다 말하는 이들 중 여경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평소 여경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경찰 조직 내 여경 비율은 13%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 굳이 인상 쓰며 '무용'을 외치기엔 이미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있는 수준이다.
'여경무용론'이라는, 논리와 맥락 밖의 혐오. 이제 이 지루한 이야기의 주도권을 바꿔 쥘 때가 되었다. 얼굴 없이 '무능한' 그림자로 비치는 이 13%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이들이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외부로부터 진실을 호도당하고 가치를 저평가받지만, 조직 내에서도 차별받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만,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제 할 일을 해내는 여성 경찰 23인의 이야기가 책에 눌러 담겼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도 이들이 계속해서 경찰의 길을 걸어 나가는 이유가, 걷는 그 길에서 자신을 찾느라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마음이, 이 글들에서 온전히 느껴진다. 혐오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혐오하는 대상은 허상'임을 단단하게 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