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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와 이저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문장 책갈피(5종 중 1종 랜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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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지문처럼 남은 흔적"
    에이미는 이저벨의 딸이다. 이저벨은 에이미의 엄마다. 남편 또는 아빠는 오래 전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이저벨은 10대 시절 낳은 딸 에이미가 자신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에이미는 다른 많은 딸들과 마찬가지로 엄마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에이미와 이저벨은 서로를 연민하며 종종 미워하고 때로 어쩔 줄 몰라한다. 이 모녀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도시는 유황 냄새가 가득한 곳으로 여름의 더위 속에서 그 냄새는 더욱 강해지곤 한다.

    <에이미와 이저벨>은 그 더운 어느 여름의 이야기이다. 에이미는 예전에 엄마 이저벨이 자신을 가졌던 때와 같은 나이가 되는 해, 우연일 수도 운명일 수도 있는 그 해에 누구보다도 우아하고 친절한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다. 이저벨 역시 외지에서 온 이혼녀라는 주위의 시선 속에서 살아 온 날들을 청산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려 한다. 강 상류의 경작이 시원치 않아 사람들이 걱정하고 누군가의 UFO 목격담이 동네의 화제가 된 그해 여름, 사랑은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흔적을 남긴다.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불필요한 질문(이들은 왜 사랑에 빠졌는가 같은)을 하는 대신에 사랑이 남긴 흔적들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 두 사랑은 그 예측 가능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그 정확한 동작 묘사와 풍부한 배경 묘사를 통해 오직 그해 여름 에이미와 이저벨만이 가질 수 있는 '흔적들'로 거듭난다.

    <에이미와 이저벨>은 작은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어쩐지 커다란 무언가를 엿본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어쩌면 이 소설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건지도 모르겠다. 사건은 연유를 알 수 없이 일어나고, 그 중 대부분은 패턴을 가진 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그러나 다 알면서도 어째서인지 현명한 방식으로만 대응할 수가 없고, 마음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결국 사람들마다 다른 길을 선택하며 그 모든 과정은 당사자들의 마음 속에 서로 다른 무늬의 흔적을 남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하늘에서 운명을 떨구는 세계 대신에 지문처럼 모두 다른 모양을 가진 마음 속의 흔적들을 관찰함으로써 삶의 신비를 찾으려는 듯하다. 그리고 그 시도는 참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 소설 MD 최원호 (201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