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 초, 요양원에 고립된 이들을 위해 봉사에 나선 한 고전학자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자레츠키는 거대한 규모의 재난 때문에 감금되다시피 한 사람들의 고립감과 두려움을 실감했고, 사람들이 계속 목숨을 잃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 정부 당국이 부주의할 때마다 희생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저자는 《페스트》의 한 구절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건강, 진실성, 순수 같은 것은 인간이 의지를 갖고 잠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16쪽)라고.
저자는 팬데믹이 안긴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재난의 시대에 쓰인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 대니얼 디포의 《전염병 연대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과 전쟁이 온 세상을 휩쓸던 시대에 태어났다. 재난 시대의 고전이 들려준 이야기는 한결같다. 재난은 인간에게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알려주며, 부조리 앞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바로 ‘주의력’이라고. 우리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삶이 품은 맥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재난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보다 섬세하게 헤아릴 수 있다고. 우리가 나와 타인의 삶에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는 재난이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뒤흔드는 지금 꼭 필요한 책이다.
휴스턴대학교 근대고전언어학과 교수. 주로 유럽의 문화사와 지성사를 연구하며, 실존주의와 테러리즘, 계몽주의의 역사, 파리와 베를린의 근현대사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님의 전쟁》(1994), 《황소와 수탉: 폴코 드 바롱셀리와 카마르그의 발명》(2004), 《알베르 카뮈: 인생의 원리》(2010), 《보스웰의 계몽주의》(2015), 《예카테리나와 디드로: 여제, 철학자, 계몽주의의 운명》(2019), 《전복적 시몬 베유: 다섯 가지 주제로 보는 삶》(2021) 등이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 《카뮈, 침묵하지 않는 삶》(필로소픽, 2015)이 있다. 현재 프랑스의 소설가 스탕달의 전기를 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도서 리뷰》 역사 부문 편집자를 역임했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휴스턴크로니클》, 《포린어페어스》, 《슬레이트》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