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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이루는 무수한 선택. 그것은 축복이자 고통이다. 선택의 순간,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닫히는 것을 목격해야만 한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은 언제라도 현재를 무참히 짓밟을 수 있기에 우리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하나의 길을 택하여 뚜벅뚜벅 걸어가야만 한다. 만약 걷다가 뒤를 돌아 다른 길을 택한 삶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아치 퍼거슨이라는 한 남자의 네 가지 생이 있다. 그는 1947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한 어머니와 가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다. 냉전, 케네디 암살, 인종 갈등, 흑인 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요동치는 세계사의 파고가 그의 삶을 크고 작은 물결로 덮쳐온다. <4 3 2 1> 속 모든 퍼거슨은 이러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모든 게 다를 수 있었다." 갈림길에 선 퍼거슨의 선택이 조금씩 달라진다면 그의 생은 어느 갈래로 뻗어나갈까. 그렇게 소설은 퍼거슨-1, 퍼거슨-2, 퍼거슨-3, 퍼거슨-4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퍼거슨은 대학에 가지 않기로 하거나 소설을 쓰기로 한다. 위태하던 퍼거슨 아버지의 가구점 사업은 망하거나 대성하고, 사진을 사랑하는 퍼거슨 어머니는 유명 사진작가가 되거나 다시는 사진기를 손에 들지 않는다. 책장을 덮고 "현실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도 이루어져 있다."라는 퍼거슨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바라보는 지금, 여기는 새삼스러운 경외감으로 가득하다. 폴 오스터가 "나는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라고 고백한 필생의 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