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람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이럴 때, 연극>으로 우리 삶의 대표적인 상황에 맞는 연극 처방전을 제시했던 최여정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사랑 에세이로 독자를 만난다. 연극에 진심인 저자는 사랑에 대해 쓰면서도 연극을 놓지 않는다. 이별로 고통스러웠던 시간 동안 연극에서 찾고 깨달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다. 사랑으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저자를 치유한 아홉 편의 연극이 독자들에게도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라는 제목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사양> 속 문장에서 가져왔다. 사랑을 끝내고 이별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저자에게 사랑은 영원한 맹세이기보다 기다림이고, 이별이고, 외로움이며 또는 기억이었다.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을 때, 저자는 연극과 그 무대에서 답을 찾았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에서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한 흑백영화에서 NT Live로 만나는 영국 국립극장의 무대로 연극과 책과 영화를 넘나들며 여러 모습의 사랑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사유의 과정에서 지적 희열이 느껴진다. 사랑에 미쳤던 건 나만이 아니었다며 안도하고, 아직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하다가 문득 의문을 표한다. 희곡과 연극, 작가와 배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담백한 개인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마치 오랜 친구의 이야기처럼 빠져들게 한다.
저자는 모든 사랑의 모습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사랑에 아파하고 인생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괜찮아, 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사랑에 실패하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고.
하루만 사는 공연을 영원히 붙잡고 싶어서 글을 쓴다. 같은 대본, 같은 무대, 같은 배우일지라도 어젯밤 보았던 공연이 오늘과 같을 수 없다. 망각의 예술인 무대의 기억을 붙잡아 관객에게 전하는 일을 사랑한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하여 공연장으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문화계를 달군 대학로의 ‘연극열전’을 거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는 한국 창작 연극을 알리는 일을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예술경영지원센터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사무국에서 국제 교류 사업을 했고, 현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문화 현장을 대중에게 알리는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럴 때, 연극》,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공연홍보마케팅매뉴얼AtoZ》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