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섭니?” 언젠가,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에게 장난삼아 물었던 적이 있다.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좀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엄마가 그렇게 무섭게 하지는 않았는데? 너보다 힘도 약하고……” 하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권력이니까요. 그렇게 물을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고, 오래도록 마음에 두었다.
언젠가 중학생 소녀와 부모의 갈등을 보여주고 상담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가 저러면 더 무섭죠, 엄마보다.” 중학생 소녀의 아빠가 그 애의 엄마보다 특별히 더 무서울 만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나, 나는 ‘본능적으로’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권력.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도 태생적으로 갖게 된 힘.
그 권력과 힘에서 느끼는 폭력의 가능성과 두려움.
이 소설이 꼭 ‘남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옛날, 어디에서든 명석하고 건강했던 나의 엄마가 유약한 ‘남자’ 아버지의 ‘힘’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던 어떤 날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도 모르게 갖게 된 권력과 힘에 대한 두 아이의 말.
이제는 청년이 된 그들에게도 주어질지 모를 그것에 대한, 아직은 무해한 이야기였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자연사박물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자연사박물관』으로 2019년 대산창작기금, 제1회 길동무 문학창작기금(익천문화재단),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다른 저서로 장편소설 『마석, 산70-7번지』, 두 번째 소설집 『너의 총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