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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언제 시인이 될까. 만약 그 기준을 거칠게 '등단'으로 정할 수 있다면 최현우는 2014년에 시인이 되었다. 시인이 된 후 6년 만에 엮은 첫 시집, 20대를 건너며 모은 진솔함이 빛난다. "면접관 앞에서 떨었던 오후에는 / 햇빛에 다른 빛이 들떠 번들거렸다 / 한참을 걷다가 간이화장실에 들어가 / 표정에 비누칠을 했다" (<회색이 될까> 中) 이렇게 내가 아닌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칠하며 지나온 시간.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겠습니다' (3부의 제목) 라고 말하면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무엇을 실제로 손에 쥘 수도 있게 될까, '만질 수 없는' 것을 향해 닿게 될 수도 있을까 바라는 시간들. '인간의 마음을 믿고자 했던 우리의 순수함 같은 것이 낳은 결과가 이렇다니'(선우은실의 해설 중) 같은 것을 되뇌며 보내는 불면의 밤. 우리는 이런 시간을 감히 청춘이라고 부른다.
그 청춘의 시간을 지나며 최현우가 모은 63편의 시. 사람의 마음은 때론 '불행은 편지였다 / 언젠가는 도착하기로 되어 있고 / 언제 올지는 몰랐으므로' (<컵> 中) 같은 생각에 젖어들기도 하고, 또 때론 '반짝거리는 모든 세상에는 좋은 슬픔이 있었을 거다' (<깨끗한 애정> 中) 같은 납득을 향해 도달하기도 한다. '‘견딤’을 견디는 것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설 중) 번민하면서도 얼음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의연함을 담은 시, '스물의 나를 / 서른의 내가 닫고서' (작가의 말) 최현우의 처음이 봄의 독자에게 도착했다. 3부를 여는 시 <한겨울의 조타수>는 다음과 같은 3행으로 마무리된다. 이 항해의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