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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유원을 알고 있다. 은정동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불 아기'. 교회에서도, 학교에서도 바르고 착한 아이로 유명했던 언니 예정. 예정의 상장과 예정이 쓴 소설 뭉치에 옮겨 붙은 담뱃불이 집안 모두를 태워버리던 그 순간, 예정은 놀라운 판단력으로 동생인 유원을 젖은 이불로 감싸 11층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내며 다리뼈가 으스러진 '의인' 아저씨는 그 이후 삶이 망가졌다. 유원은 다른 사람의 목숨과 삶을 희생한 덕분에 스스로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대견해하는 사람들, 어렵게 살아난 것이니 바르게 자라야 한다고 쉽게 던지는 말. 매해 치르는 언니의 추도예배에서 언니의 친구 신아 언니는 자라는 유원의 모습에서 이미 죽은 예전의 예정을 본다. 사람들은 유원이 행복하길 바란다면서도, 유원이 웃으면 어떻게 그런 일을 겪고도 웃을 수 있냐고 유원을 이상하게 본다. 사고는 십이 년 전에 벌어졌지만, 유원은 아직 그 안에서 산다. 비틀린 마음, 자기 혐오, 죄책감, 연민. 유원의 서술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유원의 감정에 절로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모든 마음이 물감처럼 사납게 섞여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가득 차 있는 상태, 우리는 이런 나이를 알고 있다. 열여덟.
'나는 어쩌면 고소공포증을 느끼기에 타당한 사람. 마땅히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던 유원은 높은 곳에서 친구 수현을 처음 알아챈다. 마스터 키로 학교 옥상부터 낡은 아파트 옥상까지 닫힌 문을 따고 다니는 조금 이상한 아이. 그 아이와 햄버거를 먹고, 노을과 불꽃놀이를 보면서, 자꾸만 사나워지고 쫓기는 마음을 추스르며 유원은 비로소 수현과 '함께' 하늘을 보고 선다. <완득이>를 시작으로 <아몬드>, <페인트> 등의 작품을 통해 가치있는 이야기를 품은 작가를 독자에게 소개해온 창비 청소년문학상이 백온유를 소개한다. 성장과 회복을 사려 깊게 고민하는 이 작가의 섬세한 문장이 지닌 가치를 깊게 생각해본다. 윤가은, 정혜신, 이슬아가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