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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이야기로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작가 임경선이 가을에 어울리는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내민다. "정돈된 일상을 유지해야 안심이"(14쪽) 되고, "이제는 정말 소중히 할 수 있는 것들만 조금 가지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10쪽) 된 나이. 그렇게 조금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 것 같은 나이. 삼십대 건축가 수진은 사십대인 건축사무소 대표인 혁범과 아무도 모르는 만남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식물과 함께 일하는 이십대 한솔이 망설이지 않고 다가온다. '사랑 앞에선 좀처럼 면역이 생기지 않는' 마음과 함께 섬세한 사랑 이야기가 흐른다.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지. 땅을 모욕해서는 안 돼."(37쪽)라고 말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직업윤리를 지닌 사람 혁범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지만, 저는 괜찮아질 거라는거예요." (103쪽) 라고 말하며 의연하고 솔직하게 수진에게 다가오는 한솔. 일과 사랑에 대한 각자의 어른스러움으로 진실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내어 놓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또한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하기에, 가장 애틋한 마음을 담아 가만히 그 이름을"(217쪽) 부르는 그 순간, 사랑이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