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일단 먹고 볼 것인가, 체중 감량을 위해 참을 것인가. '나중은 없다!' 눈 딱 감고 살 것인가, 지갑을 지킬 것인가. 우리는 늘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딸로서, 여성으로서, 여성작가로서의 삶과, 혼자 사는 삶을 군더더기 없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최고의 에세이집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은 <욕구들>에서 우리와 우리 세계를 둘러싼 욕망에 관해 탁월한 문장으로 면밀하게 파헤친다.
캐럴라인 냅의 삶을 관통한 것은 '중독'이다. 섭식장애, 알코올중독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끝내 극복해낸 그였기에 그 누구보다도 욕망의 세계를 보다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욕구들>은 내면의 허기에서 비롯된 폭풍 쇼핑이나 폭식, 육체적 쾌락의 늪에 급속도로 빠지는 현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문화.사회.역사적 혹은, 한 개인에 미친 가족관계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세세하게 밝혀낸다. 할 수 있는 욕구와 하면 안 되는 욕구, 그로부터 파생되는 불안, 죄책감, 자기혐오, 슬픔의 감정들, 그리고, 거식증을 겪으면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여 도달한 결론까지, 캐럴라인 냅만이 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지적인 사유의 결과물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명랑한 은둔자>와 함께 지금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