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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와 추천에 앞서,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하는 책임을 밝혀둔다. 30여 년간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야디지, 로힝야, 르완다, 보스니아 등 분쟁 지역을 취재하며 여성의 몸에서 어떤 전쟁이 벌어지는지 그 참혹한 실상을 자세히 파헤친 책이다. 인간의 도리에 대한 기대를 낮게 잡은 이에게도 충격적일 내용들이 밀려온다.
여러 역사적 서술에서 그렇듯 전쟁사에서도 여성의 이야기는 변방의 영역으로 치부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쟁에서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예외적인 일이나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니라, 만연하고 핵심적인 일임을 알게 된다. 주목되지 않았을 뿐 유구하게 이어져 온 역사다. 그렇지만 강간이 전쟁범죄로 처음 처벌된 건 98년이 최초다. 여전히 실제 피해에 비해 드러난 내용은 축소되어 있고 처벌은 경미하다. 저자는 전쟁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국제 사회를 비판하며 세상에 현실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몰라서 해결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이상의 변명이 될 수 없도록.
책엔 수많은 피해 여성들이 힘겹게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는 이들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이런 일을 당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간에 대한 희망을 말려버릴 정도로 끔찍한 짓을 일삼는 이들이 많지만 또 다른 이를 위해 한 줌 남은 용기를 내어보는 인간도 있다. 후자를 위해, 그리고 더 이상의 참혹한 범죄를 막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이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