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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독서 유예> 24쪽
2020년 <침착하게 사랑하기> 외 4편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차도하의 첫 시집.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신에게 손을 붙잡혀 강변을 걷는 화자가 맡은 물비린내로 시작되어 마지막 행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이 눈부셨다'는 평처럼 이 시의 비범함을 감각한 많은 이가 그의 첫 시집을 기다렸다. 그때 독자의 '미래의 손'엔 이 시집이 쥐어진 듯도 했다.
산문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2021)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죽은 사람의 글은 더 꼼꼼하게 읽힌다. 특히 그의 일생과 관련하여.
내가 죽어도, 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 글을 대충 읽어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17쪽)
'천국은 외국이다.' (<입국 심사>)로 열린 시집은 '그것은 이미 내가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로 닫힌다. 시인이 남긴 62편의 시를 강성은, 신해욱, 김승일 시인이 책임편집을 맡아 적절한 자리에 놓았고 남지은 시인이 편집해 봄날의 시집으로 출간했다. 닫힌 시집의 판권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우정으로 이 시집의 손을 쥔 이들과 함께 그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나는 돌을 던질 것이다.'(<돌 던지기> 부분)라고 적은 시인의 옆에 서서 그의 시를 사랑한 이들도 돌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