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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는 직접 노동하며 겪은 경험을 글로 써낸다. 몸으로 살아낸 현장으로부터 뽑아내는 글은 생생함의 정도가 다르다. 이렇게 말하자니 마치 맛집 요리에 대한 홍보 문구 같지만, 그의 글맛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전작에서 양돈장에서 일한 경험을 강렬하게 써내어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그는 이번엔 근미래에 사라질 직업들을 말한다. 지난 시간 동안 그는 다음 일들을 거쳤다.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
아무래도 해당 직무의 일상이 다이내믹하고 외부인은 모르는 고충이 클수록 글은 더 펄떡인다. 말인즉슨 이번 책도 독자 입장에선 실패가 없다는 뜻이다. 이 직업들의 일상적 고충들은 읽다 보면 어질어질하다. 그럴 때면 한승태의 유머감각에 정신을 뉘듯이 기대어 읽어나가야 한다. 웃음과 괴로움을 오가며 이 직업들의 실태를 하나하나 거치다 보면 노동과 인간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품게 된다.
레이먼드 카버는 글에 대한 그의 취향을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저는 글쓰기에서 정직하지 않은 태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속임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정직한 이야기가 잘 서술된 걸 좋아합니다."(<레이먼드 카버의 말> 중) 카버의 취향을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이 책이라면 그의 기준에도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잘 서술된 정직한 이야기, 한승태의 글은 독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