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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우연일까. 사고는 운명일까. 사고라는 단어엔 "예측 불가능성"의 뉘앙스가 짙게 담겨있다. 사고는 정말 예측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렇다면 사고는 왜 경향성을 갖는가. 왜 사고는 가난한 이들이 더 많이 당하는가. 이 책은 자전거 교통사고로 친구를 잃은 저자가 사고라는 개념에 의문을 가지고 연구한 내용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논픽션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 들을 인터뷰하며 저자가 밝혀낸 진실은 사고에 대해 말하기 위해선 차별과 불평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종, 계급, 성별과 사고의 위험, 피해, 사고 후 비난, 책임 사이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지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지 않는 한 사고로 인한 죽음과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저자는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결론으로 나아가며, 예방에 관한 모든 대책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진실을 교묘히 가리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한, 같은 "사고"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우연과 운명 앞에선 반성도 분석도 대책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참사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매번 같은 요청을 한다. 다시는 내가 겪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이 책은 사고에 관한 모든 무책임과 눈가림 앞에 우리가 들이밀 수 있는 완전한 보고서다. 필요했던 논리적 데이터들이 담긴 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