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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아가씨(2005년,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의 발랄함으로, 그녀(2009년,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의 천진함으로 활력 있는 시를 발표했던 시인 김민정이 7년의 시간을 건너 돌아왔다. 능청스럽고 소소하고 수다스럽고 깊이있는 말들과 함께. 그가 만났던 사람들, 나눴던 대화가 시가 된다.
시인 안치와의 대담. "짠 년에 촌년에 센 년"을 어떻게든 전하고, "죽어도 오줌발로는 지고 싶지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이 (<시집 세계의 파편들>) 이 '상스러움'은 모종의 연대감이 된다. "아고 지겨워라 여보 내가 수도 없이 말했잖수 나는 병신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병신이라고"(같은 시)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목소리. 이토록 수수한 일상의 언어가 되기까지 지나왔을 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생의 순간순간은 죽음의 곁을 늘 맴돌지만, 죽음을 알고 있다고 해서 꼭 비장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을 향해 날카롭게 들이밀어지지 않아도 오래 남는 평범한 말들. 활달하고 서러운 서술들 사이, 발랄하고 삼삼한 말들이 엮여 이루어진 서른 세편의 시가 평범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