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단순하고 당연해서, 누가 독창적으로 발설했다기보다는 원래 늘 거기 있었던 것 같은 말이 있다. ‘지금 여기 있으라(BE HERE NOW)’도 그런 말 중 하나다. ‘지금’ ‘여기’ ‘있으라’. 각기 현재적 시간과 공간과 존재함을 뜻하는 이 세 단어는 그 자체로 깊은 명상의 대상이다. ‘반문화의 성경’으로도 불리는 『BE HERE NOW』는 어디를 펼쳐도 자아가 짊어진 과도한 무지의 짐을 툭 쳐서 떨어뜨려주는데, 특히 책의 핵심인 2부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하는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펼쳐지는 한 편의 영적이고 환각적인 자유시라고 할 만하다. 이미 오래전에 우리에게 도착한 책이지만, 현시대, 즉 늘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시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과도한 접속의 시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여기 있고, 그 어느 책보다 지금 여기 있어야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