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을 추천하는 이유
가족끼리도 정서적 거리가 큰 북유럽 이민 가정의 후손으로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에 자기 아들에게도 엄마가 아닌 아빠가 되어주기로 했다는 괴짜 랩걸의 성장기록이자 식물을 향한 각별한 사랑 고백의 서. 여성이자 과학자로 힘겹게 버텨온 자전적 스토리와 그녀가 연구하는 식물 이야기가 담쟁이덩굴처럼 얽혀 매력적인 무늬의 태피스트리가 만들어진다. 저자가 고백하는 열악한 연구실의 속사정들, 연구비를 따고 자리를 잡는 기나긴 여정의 괴로움, 동료와 제자들을 책임져야 하는 초보 교수로서의 두려움, 이 모든 눅진한 이야기에 이제는 흐릿한 흉터가 되어 앉은 내 지나온 기억들이 오버랩된다. 문학을 향한 그녀의 남다른 애정이 논문과 보고서에 실을 수 없는 실존의 고백들을 낯설지만 매력적인 장르의 글로 재탄생시켰다. 연구하는 삶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