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이야기. 엄마는 홀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린다. 너무 많은 것을 배워버린 탓에 '세상과 불화하는' 딸은 그린이라는 이름을 쓰며 레인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7년째 연애하고 있다. 엄마가 돌보는 노인은 젠. 평생을 소외된 자들을 위해 헌신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돌볼 가족도 없는 치매노인일 뿐이다. 이 여성들의 삶, 사회의 표준 규격 바깥의 삶들, 변두리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처지는 궁박하고, 삶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중앙역>으로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의 장편소설. 레즈비언인 딸과 딸의 연인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동거를 시작한 이후, '엄마'는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혐오와 배제로 이루어진 세계를 발견한다. '못내 외면하고 싶은 딸애의 사생활'에서 고개를 돌리던 순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아가기까지, 우리가 '같지 않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