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원청입니까?" 갓난아기를 안고 거대한 봇짐을 둘러멘 사내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묻는다. 북쪽 마을을 떠나 먼 길을 온 린샹푸는 아내의 고향이라고 들은 '원청'을 찾아 헤매지만, 원청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들었던 곳과 가장 분위기가 비슷한 '시진'에 정착한 린샹푸는 알지 못했다. 시대의 풍파가 삽시간에 그를 덮쳐 인생의 방향을 전혀 다른 곳으로 바꾸어 놓을 것임을.
20세기의 중국을 문학으로 복원하는 것은 위화의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에서 시작하는 <인생>, 1960년대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허삼관 매혈기>, 자본주의가 스민 후의 중국 사회를 담아낸 <형제>. 그리고 집필에만 23년이 걸린 이번 신작 <원청>은 그 모든 시대의 급류가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청나라로 대변되는 구시대가 저물고 중화민국이 시작되는 1900년대 초반 대격변기를 그리며 마침내 작가가 오래도록 품어온 염원을 실현한다.
시대의 암흑 속에서도 긍지와 신념을 지키려 끝까지 분투하는 사람들과, 혼란을 틈타 악랄함을 극한으로 표출하는 사람들. 순백의 선의와 극악무도한 잔혹성이 대비를 이룬다. 그 모든 아픔과 비극과 찰나의 행복 위로, 하얀 눈이 모든 것을 감싸듯 조용히 내리는 모습이 못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작가는 그렇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중국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만 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