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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2021년 시카다상을 수상한 김혜순의 신작 시집. 이제니와 강성은과 황인찬과 백은선이 읽는 시인들의 시인, 그의 '시하는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부를 가득 채운 것은 '엄마'의 죽음이라는 사적 체험에 관한 절절함이다.
엄마는 시인들보다 말을 잘한다.
우리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다 죽음과 삶 중간에 있는 거라고 한다.
이 세상은 거대한 병원이라고도 한다. (33쪽, <체세포복제배아>)
2부와 3부, 한 개인의 소멸에 대한 개인의 체험이 확장되는 시의 시간이 이어진다. 이 시를 소개하는 4월 22일은 지구의 날. '지구어머니의 큰 얼음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모르는 나도 이 시를 읽는다. "산호 때문에 울어보기는 처음이다. 엉엉엉 운다. 산호는 죽기 전에 병상의 엄마처럼 백화한다" (29쪽 <더러운 흼>)
코로나19 변이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겨울, 장례를 치르지 못해 5일장, 8일장을 해야 하는 이들의 가족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장례식장을 지켰다. "짐승들이 울부짖는다. 짐승들이 떤다. 짐승으로 죽는다." (95쪽 <죽음의 고아>)
김혜순의 시가 묘사하는 몸은 시하는 몸이었다. 이제 몸을 잃고 사막을 떠도는 시의 말들. '우리 부모의 벗은 몸이 모래나신으로 무너지는 곳'에서, 죽음이 스친 자리에서 이렇게 세계를 비탄한다. "죽지 마 죽지 마"(<눈물의 해변>, 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