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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다. 지독하다. 처연하다. 영롱하다. 가벼운 사랑과 말장난 같은 문장의 반대편에서, 한강은 깊고 진지한 본연 세계를 고수했다. 4년을 붙잡았던 이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명징한 언어로 통증 같은 사랑을 말한다. 겨울의 새벽길, 폭설에 묻힌 자동차 사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촉망 받던 여류화가 서인주의 갑작스러운 죽음. 서인주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려는 그녀의 친우 이정희, 그리고 서인주의 죽음을 신화화함으로써 자신의 사랑 역시 신전에 올리려 하는 남자 강석원.
정희는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인주의 지난 행적을 필사적으로 추적한다. 그리고 정희가 만나게 될 진실은…. 소설은 인물의 심연과 이야기의 줄기를 병치시켜 독자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술, 삶, 사랑, 생명. 한강은 잊히는 것들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삶 쪽으로 바람이 분다, 가라, 기어가라, 기어가라, 어떻게든지 가라.” 소설가의 한 문장처럼, 사 년에 걸쳐 한 숨씩 토해낸 소설가의 문장이 당신의 삶 쪽으로도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