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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스모크 & 피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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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와 보름스 대담"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
주디스 버틀러.프레데리크 보름스 지음, 조현준 옮김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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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살 만한가. 살 만하지 않은데 살아가고 있는가. 살 만한 삶이란 무엇이며 살 만하지 않은 삶은 무엇인가. 이 주제들에 대해 정치윤리학자 주디스 버틀러와 프레데리크 보름스가 두 번의 대담을 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을 가르는 기준에서부터 시작한 대화는 난민, 기후위기, 팬데믹 등 현재 시급한 현실의 문제들을 아우르며 나아간다.

두 학자의 입장엔 차이가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그간의 저작들에서 펼쳐온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상호 주체적 관점에서 사회적 인정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가 살 만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이와 달리 프레드리크 보름스는 죽음과의 대비를 통해 살 만한 삶의 객관적 조건을 주요하게 주시한다.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한 두 사상가의 주장은 그러나,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인정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만 우리 모두가 살 만해진다는 같은 결론으로 나아간다. 어지러운 세계의 한복판에서 삶에 대한 입체적 사유를 제시하는 밀도 높은 대담.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버틀러: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이 개념적으로 반대된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현상학의 장에서 일어나는 이 둘의 동시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 점을 장황하게 논의한 이유는 예컨대 바다에 버려진 이민자들, 또는 무기한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 또는 군사 분쟁으로 폭격당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서술하는 데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을 점점 더 대중적으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언제나 예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따금 창의적 저항을 하는 공동의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요(그런 순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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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시 꼭 사서 간직해”"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고선경 지음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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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등단.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로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한국시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된 고선경의 두 번째 시집. 열림원 시인선 시리즈 ‘시-LIM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소다수의 기포처럼 솟아오르던, 짙고 파란 여름을 연상시키던 첫 시집을 지나서 얼어붙어 단단해진 토마토를, '사람의 것과 사람의 것 아닌 아름다움 /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폭설도 내리지 않고 새해>)를 내밀며 이렇게 시인의 말을 적었다.

아삭아삭할 겁니다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 (5쪽)

사주를 보면 남을 돕는 팔자를 가졌다는데 회사는 월급도 못 주고, 가스는 끊기고, 살 집은 없다. 답답한 마음에 신년 운세를 보러 간 내게 사주쟁이가 권한 개운법은 한정판 순금 부적. '단돈 칠만 원 / 없어 인마'라고 중얼거리며 화자는 (곤도 마리에적인 기적을 기다리며) 방 청소를 한다. 이제 화자는 훨씬 '가성비'있는 행운 아이템을 찾아낸다. '그러니까 이 시 꼭 사서 간직해 / 알았지?'하며 내미는 것은 토마토처럼 빨간 시집. 인터넷 서점 판매가 10,800원짜리 시집은 단돈 칠만 원 부적보다 훨씬 싸고 이런 마케팅이라면 기꺼이 유혹당하고 싶을 정도다. 1부를 여는 첫 시집 <신년 운세>의 이야기이다.

1부의 '신년 운세'부터 4부의 '팬레터-12월 31일'까지 한 해 내내 쓰다듬으며 슬프고 추울 때마다 막연한 행운을 기원하며 매만지고 싶은 부적 같은 시집이다. 시를 인용해 이 시집을 소개해본다. "참 귀엽죠? 귀여우니까...... 좋아하실 거예요. 어디에나 두루...... 잘 어울릴 거고요." <도전! 판매왕, 130쪽>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열심히 부끄러워 봤어 동경하는 언니한테 편지 쓸 때 멋 부렸던 거 너 나를 이렇게 봤니 자지러지는 언니 앞에서 따라 웃었던 거 같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발신자 표시 제한 문자를 보냈던 거 우리가 비슷하다는 게 위로된다 그렇지? 동의를 구할 때마다 뭔가가 켕긴다는 게 <눈도 내리지 않는데 고백>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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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덫에 갇힌 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
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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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치고는 따스하고 화창한 11월의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늦잠을 자는 남편을 위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나선 발레리아는 아주 우연한 충동으로 담배 가게 진열대에 가지런히 쌓여 있던 까만 공책 한 권을 샀다. 그는 공책에 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다. 일기장의 존재는 비밀이었다. 아들이 발견하면 대학 노트로 가져가 버릴 것이고, 딸의 눈에 띄면 일기장으로 쓰겠다고 제 방 서랍에 넣고 열쇠로 잠가버릴 것이다. 발레리아는 새삼 집 안에 비밀 일기장을 숨겨놓을 만한 자신만의 온전한 공간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첫 발견을 시작으로, 아내이자 엄마 이상의 존재로 자신을 계속해서 재발견해 간다. 일기장 위를 빼곡하게 채워 나가는 글자처럼, 발레리아의 자아와 욕망도 서서히 형체를 갖추어간다. 이 책은 발레리아가 1950년 11월 26일부터 1951년 5월 27일까지, 반년 동인 기록한 일기 그 자체이다.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반파시스트 활동으로 두 번 투옥된 바 있었던 세스페데스의 작품들은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된 바 있어 오랜 시간 잊혔으나, 엘레나 페란테가 에세이를 통해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이후 유럽과 영미권에서 다시 주목받기도 하였다. 본 작품은 1952년 쓰여졌지만, 70여 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으며,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던 한 여자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하며 욕망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지극히 현재적이다. 세프세데스의 작품들이 이탈리아 문학계에서 ‘여성을 위한 글쓰기’에 불과하다고 높이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지된 일기장>은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현상까지도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고발하고 있는 듯하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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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마음대로 요리하기를"
스모크 & 피클스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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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리 셰프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를 통해 거친 질감과 우아한 품격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전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첫 요리책인 <스모크 & 피클스>는 이민자로서의 저자를 둘러싼 복잡한 풍경 속에서 탄생한 풍미 깊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남아시아의 길거리에서의 볼 법한 되직한 그릭요거트를 넣은 로티와 IPA 한 잔, 달궈진 그릴 위에 향신료가 뿌려진 구운 고기와 데킬라 샷, 모든 것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전통적인 샤워크라우트 피클 등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도는 이국적인 레시피가 가득하다.
대담하고 자유로운 미국 남부의 문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멀리 떨어진 낙원에서야 볼 수 있는 재료만 찾아내던 셰프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최고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여전히 집요한 열정을 보이는 오늘날 저자의 모습과 겹쳐져 더욱 재미를 더한다. 푸짐하지만 소박한, 탐닉적이지만 단순한 태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단단히 만들어간 에드워드 리 셰프의 사랑스럽고,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 요리 살림 MD 권윤경
이 책의 한 문장
하루아침에 내 주방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주 긴 여정이었고, 이 길을 걷기 시작한 모든 셰프는 이 토끼굴이 아주, 아주 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첫 걸음을 떼는 것이고 가장 훌륭한 부분은 실망감을 영감으로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