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먼지가 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을 무렵, 룰런드는 혼자 남겨졌다. 정확히는 태어난 지 7개월이 지난 아들 로런스와 함께. 앨리사는 “당신 잘못이 아냐.”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긴 채 모습을 감추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은 그의 내면에 파동을 일으키고,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인물을 소환한다. 둥근 얼굴, 꼿꼿한 자세, 향수 냄새, 엄격함. 그에게 빛나는 재능이 있음을 가장 먼저 알아챘던 사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도는 삶을 선택하게 만든 사람. 잉글랜드 동부 서퍽주에 위치한 기숙학교 학생이었던 11세 소년의 첫 번째 피아노 레슨 선생 미리엄 코넬을.
현대 영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의 신작 장편소설. 그의 첫 자전적 소설로, 간결하고 정돈된 문장으로 허구와 현실을 엮어내며 개인과 역사, 사랑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관계, 유년 시절, 태어난 해까지 작가 본인을 빼닮은 주인공 롤런드는 수렁에 빠진 채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소설에 처음 등장한다. 그가 자신을 떠난 여자와 자신이 떠난 여자의 기억 사이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초라한 주변인으로, 개인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에 휩쓸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에서 일련의 사건에 반응하며 표류하듯’ 살아가며 그 끝에 만난 것은 무엇이었을까. 거장의 박력을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소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글쎄, 읽고 싶은 게 있긴 하지, 책 비슷한 거. 아주 재밌는데 엄청 두꺼워서 할아버지는 다 읽지 못할 것 같구나.”
학교 다니는 학생이라곤 없는 고급 전원주택 단지 '포레'에 유일한 중학생이었던 나를 돌봐주고 비싼 밥을 이따금 사주던, 든든했던 고등학생 '그 사람'.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 서울로 전학을 한 뒤 호주로 유학을 떠나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포레로 돌아왔다. 다만 황당한 건 모든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가 저질렀던 폭력은 완벽한 남의 일처럼 그저 기사로만 확인 할 수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5년 전의 나와 얼마나 달라졌으며 또 다시 마주한 그와 풀지 못한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청소년기의 미묘한 관계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권력의 문법을 통찰력으로 묘사해 온 박영란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미로를 선보인다. 이 작품 속에선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친절을 가장한 폭력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미세하게 줄타기하며 묘사한다. '그 사람'으로 대표되는 무섭지만, 선망하는 대상은 청소년기를 보낸 독자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가해자의 편에 설 것인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 그 몫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 청소년 MD 임이지
톡, DM, 포스팅, 메일… 스스로 쓰기와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이들도 하루에 쏟아내는 글자 수를 따져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말의 시대에 목소리와 말투가 호감도를 결정했다면, 문자 소통의 시대에는 문장이 곧 인상이다. 정확한 쓰기의 효용에 무심해도, ‘맥락만 통하면 된다’고 여겨도, 정작 상대는 엉성한 문장들에 계속 걸려 넘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틀린 맞춤법, 어색한 표현, 문장의 흐름을 망치는 오류들을 고치고,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법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모두가 셀프 브랜딩과 자기계발에 기꺼이 투자하는 시대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은 결국 신뢰를 잃지 않는 문장력이다. 감사하게도 이 능력을 키우는 데엔 큰돈도, 과한 노력도 필요하지 않다. 확실한 효과를 약속하는 투자가 드문 지금, 문장은 가장 가성비 높은 투자다. 깔끔한 이미지, 단정한 소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문장 공부는 딱딱하고 지루할 거라는 편견은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씀 드리기가 다소 민망하지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게 저의 주특기거든요. 흥미진진 한 에피소드 속에 문장 지식을 녹여두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보세요. 기초부터 고급 레벨까지 연습 문제를 풀어가며 문장력을 차근차근 점검해 보고 싶은 분, 내 문장이 잘못된 것 같진 않은데 잘 쓴 글 앞에서는 자꾸만 초라해지는 분, 문장을 바르게 쓰는 법을 공부해 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분, 모두 환영합니다.
_ 〈들어가는 글〉 중에서
문학평론가 김지은은 한윤섭 작가의 전작 <숲속 가든>을 통해 작가를 "이야기의 장인"이라고 칭송했다. '이야기'를 화두로 새롭게 선보인 이번 책에서 다시 한번 작가 스스로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의 신>이란 책을 읽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의 책이 너무 궁금한 열두 살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할머니는 세상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며 아이에게 이야기를 지어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할머니와 아이는 각자의 이야기를 지어 서로에게 들려준다. 맞은편 벤치에 앉아있는 할아버지, 나무, 자동차... 주변의 풍경과 사물 어느 것이든 두 사람의 상상력에 의해 살아 숨 쉬는 각각의 '이야기'로 피어난다.
<이야기의 신> 속에서 다시 동명의 책이 등장하고, 그 책에서 뻗어나간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이다. 주인공 아이처럼,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책 곳곳에 깊이 배어 있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상상력이 집결된 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바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 어린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솔직히 이야기를 만드는 건 작가들이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작가만 이야기를 만드는 건 아니야. 과학자도 이야기로 만들고, TV나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도 이야기를 만들지.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거야, 자기만의 상상.... (중략) 물론 그걸 책으로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동화나 소설을 쓰겠지만, 이야기는 작가들만의 것이 아니야. 너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흰색 자동차 이야기는 우연이 아닐 거야."